갑자기 커서님의 공유하기 싫은 사람은 인터넷을 떠나라 라는 글에 낚여서 이렇게 늦은 밤 글을 쓰게 되었다.
우선, 커서님은 법대생이거나 법학과 관련된 일을 하시는 분이 아닐까 싶다. 상위법과 하위법을 거론하시거나 인터넷 헌법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라고 생각하신다거나 지적재산권을 지재권으로 명하신다거나(긴 법의 이름을 이런 식으로 짧게 줄여 말하는 것은 법대생들이 흔히 하는 일이지요) 하는 걸로 봐서 그렇다는 것인데, 뭐 확실한 것은 아니다. 어줍지 않은 예측은 이만 접고 본론 들어가보도록 하겠다.
내가 생각해보건대, 커서님의 글은 논리의 비약이 좀 심하다고 본다. 인터넷의 기본정신을 운운하셨는데, 인터넷의 시작은 정보의 공유가 아니라 군사적 이용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미군의 전시정보를 전달하는데 있어서 한곳의 케이블이나 전산망이 끊기더라도 계속해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거미줄같은 연결망을 원했고, 그것이 지금의 인터넷으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아르파넷 운운하는 전산학 초반에 교양수준으로 나오는 내용들 중에 있는 내용일 것이다.
그리고, 공유의 정신은 인터넷에서 창제된 것도 아니다. 그것은 지적재산권을 표방하는 주제어라 할 수 있는 copyright 라는 단어에 대해서 반기를 들고, copyleft 를 주창하고 나온 일련의 정보공유 운동에서 시작된 개념이지 인터넷이 생겨날때부터 있던 개념도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그 큰 흐름 중에 리눅스도 있고 현재는 그러한 카피레프트에 대한 개념들이 많이 퍼져있어서 당연하게, 또는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고 있지만 사실 인터넷이 태어날 때부터 공유정신이라는 것이 있었다고는 볼 수 없을 거 같다.
때문에 [인터넷의 첫째 정신은 공유다] 라는 말에는 근거없는 논리의 비약이 들어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렇게 전제부터 깨져버린 논의에 대해서는, 더이상의 논의는 무의미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서님의 뒷부분의 논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자.
[펌질 당하기 싫고 누군가 자신의 작품을 재창작에 쓰게 허락하기 싫고 온전히 자신만이 작품의 이동과 변형에 권리를 가진다고 생각하면 그 작품을 자신의 컴퓨터에만 고이 모셔두고 인터넷에 얼씬도 하지 말아야 한다] 라는 건 정말 용기있는 글이라고 생각한다. 엄청난 블로거들의 반론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적재산권이라는 것은 적극적 권리이면서 소극적 권리이기도 하다. 적극적 권리라 함은, 자신의 권리를 남에게 주장하여 배타적으로 자신의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그리고 소극적 권리라 함은, 타인이 자신이 만들어낸 저작물을 함부로 다루지 못하게 할 수 있는 보호적 권능을 뜻하는 것이다.
자신의 것을 자신이 좌지우지하지 못하고 자신의 저작물을 자신이 보호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더이상 권리가 아니다. 이는 약간 과장하자면, 해킹에 의해서 자신의 주민등록번호와 그밖의 정보들이 누출되었을때에도 당사자에게 더이상 그 정보들을 거두어들일 권리가 없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물론, 저작자가 허락한 글의 내용이나 사진이라면 문제없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어린 아들이 귀여워 찍은 한장의 사진을 블로그에 올려놓았는데, 그 사진이 자신의 허락도 없이 다른 사람의 블로그에 버젓이 올라와 있다면 기분이 좋지만은 않으리라고 본다. 인터넷도 하나의 매체인 만큼 그 안에서의 예절이라는 것도 분명 필요하기 때문이다. 악플의 피해때문에 안티팬을 고소했던 하리수씨나 그밖의 피해자들을 생각할 때 이건 당연한 것이다. 인터넷에서의 창작이라는 건 중요하다. 정보를 가공하여 창작한다는 것도 정말 중요하다. 그러나 아무런 도덕도 개념도 존재하지 않는 펌질은 공유가 아니다.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이기주의자일 뿐이다.
리눅스의 경우에는, 처음에 리눅스를 시작하면서부터 copyleft 정신에 대해서 듣게 되고 이를 통해서 내가 생산해낸 리눅스 프로그램이나 정보가 타인에 의해서 다시 편집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합의가 이루어져 있다. 이것은 처음부터 서로 합의가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므로 누가 뭐라고 할 사람도 있을리 없다.
하지만, 내가 내 블로그에 올린 내 사진파일을 다른 사람이 가져가도 된다고 그 누가 동의했단 말인가? 내가 쓴 글 아무나 퍼가서 자신이 쓴 것 처럼 해도 된다고 그 누가 그랬단 말인가? 오픈소스라 불리는 리눅스에서도 그런 식의 몰지각한 행동은 하지 않는다고 알고 있다. 무엇을 참조해서 어떤 것을 바꿨다는 식의 업데이트 readme 파일이 덧대어지지 않나 싶다.
인터넷의 정신이라고 하셨는데, 인터넷의 정신이란 무엇일까? 인터넷의 정신과 지적재산권이 충돌한다는 이 어이없는 사태에 대해서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가? 법과 법이 충돌할 때에는 상위법과 하위법이 있다. 인터넷 정신이라는 것이 상위법이라는 건 도대체 어떤 것을 근거로 하는 말인지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인터넷 정신이 이미 법의 지위에 올라갈 만큼의 사회적 합의가 있기라도 하단 말인가?? 이미 인터넷 정신이 허구의 개념이라는 건 첫부분에서 밝힌 바 있음은 얘기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욕구만 자극하고 조금도 만질 수 없다면 그건 작품이 아니라 스뢰기라는 커서님의 마지막 한마디는 정말 피를 끓게 만든다. 지금 이 땅에서 블로거로 불리는 사람들은 웬만해서는 대부분이 스뢰기가 되어버리는 순간이다. 그 누가 도대체 공유만을 위해 블로그를 쓰고 사진을 찍고 팟캐스팅을 만들어낸단 말인가?
공유하기 싫은 사람은 인터넷을 떠나라! 이런 표어 보다는, [쓸데없는 안티는 인터넷을 떠나라!!!] 라는 표어가 더욱 어울리지 않나 생각하며 이만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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