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TV프로중 그것이 알구싶다 에서 [위험한 데이트]라는 제목의 방송을 하는 걸 알게 되었다. 제목만 들어도 어떤 내용일 지 대충 알 수 있었는데, 주변에 그런 일을 당한 사람이 있어 굉장히 관심을 가지게 되었던 분야이길래 꼭 보고 싶었다. 그래서 다운받아 핸드폰에 넣어서 공부하는 중간중간 조금씩 보았다. 기분좋게도, 나의 핸드폰은 동영상을 볼 수 있다. !! ㅋㅋ 묘한 자랑일세.. 그 조그만 화면으로 모가 그리 볼만 하다는 건지... ㅠㅠ
대충 짐작들 하겠지만, 그 내용은 데이트를 하면서 여자친구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남정네들에 관한 보고서이다. 여자가 때리는 경우도 있다고는 하지만, 아마도 남자가 때리는 경우가 더 흔하겠지... 그런데 문제는 그러한 일이 반복되면서도 여자는 남자를 떠나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나에게 있어 그것이 가장 큰 의문점이기도 하였기에 호기심 가득한 마음으로 그 내용을 보게 되었던 것이다.
방송에서 얘기하는 요점은 이랬다. 우선 여성 자신의 가족과 친구 등 많은 사생활을 알고 있는 남자가 여성에게 [헤어지면 알아서 해.. 다 죽일거야..] 등등의 협박을 하면, 생판 모르는 사람이 하는 협박에 비해서 그 개연성이 높기 때문에 선뜻 떠나기 어려워진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더 큰 이유는 처음에 두 사람이 만난 원인 자체가 사랑이라는 감정이었고 폭력을 행사하는 때를 제외하면 정말 좋은 남자친구이기 때문에, 자신이 노력하고 남자친구가 노력한다면 폭력을 쓰는 버릇은 고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미련이 더더욱 떠나기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던진 의학적 용어는 바로 스톡홀름 신드롬이었다. 스톡홀름 신드롬이라면, 예전에 외국의 NCIS라는 범죄스릴러 드라마를 통해 접해본 바가 있다. 스톡홀름 신드롬은 말 그대로 스톡홀름의 한 은행에서 일어난 사건을 통해 밝혀진 심리에 관한 용어인데, 들어본 사람도 꽤 되리라 생각한다. 쉽게 말해서 은행을 점거한 인질범들에게 인질들이 동화되어 나중에는 심적으로 인질범들에게 우호적이 되고, 외부에서 경찰들이 인질들을 구하려는 시도 또는 인질범들을 잡으려는 시도를 거부하게까지 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그것이 연애와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그런데 스톡홀름 신드롬이라는 걸 면면히 살펴본다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책을 통해 살펴본 스톡홀름 신드롬은 이렇다.
인질범에게 잡히면, 인질들은 처음에는 인질범들에게 고분고분 협조하면 안전할 거라는 자기방어적 자세로 임하게 된다. 말하자면 인질범들이 하라는 대로 한다는 거지.. 그러면서 그 대가로 자신들이 그 상황 내에서의 안전이 어느 정도 확보되고 있고 생명을 잃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면서, 외부의 구조 노력이 거꾸로 자신들의 안전과 신변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느끼게 된다. 점점 인질범의 안전을 바라게 되는 현상까지 생기게 되고, 인질범과의 의사소통을 통해 자신의 생각과 관점을 인질범과 동일시해가게 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말들을 써놓고 있다.
살고자 하는 인질의 욕망은 인질범에 대한 증오보다 강하다
이런 말들이었다. 이런 글들을 통해 그 진행과정을 다시한번 정리해본다면 이렇게 된다고 한다.
1. 甲이 乙을 죽이겠다고 협박한다. 乙이 볼때 甲은 그럴 능력도 의도도 있다.
2. 乙은 도망칠 수 없으며, 그래서 그의 목숨은 전적으로 甲에 달렸다.
3. 乙은 외부와 단절되어 있다. 그러므로 외부와의 유일통로는 甲이다.
4. 乙이 보기에 甲이 자신을 해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자신에게 친절을 베풀고 있다.
실제로 인질이었던 여성 중에 한 명은 그 인질범과 약혼을 한 경우도 있었고, 심한 경우에는 그 인질단체의 일원이 되었고, 그 사건 이후 다른 인질사태에서 기관총을 들고 방아쇠를 당기는 사진이 CCTV에 찍히는 영예(?)를 안기도 하였다.
그럼 이러한 스톡홀름 신드롬이 왜 위와 같은 폭력적인 연인관계에 적용된다는 것일까? 그건 알고도 당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심리적인 면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빠져 있을때, 자꾸 그에게 전화를 하고 접촉하는 것이 도리어 그 관계를 서먹하게 만드는지 알면서도 자제하기 힘들어지는 경우가 있다. 속된 말로 [알면서도 당한다]는 거다. 거기에 폭력이 첨가된다고 해보자. [위험한 데이트]라는 프로에 나와서 얼굴을 가리고 인터뷰를 한 사람들의 공통적인 얘기는 [아무런 생각을 할 수 없을 정도의 공포]였단다. 그러면서도 그때를 제외하고는 너무 좋은 사람이었던 연인에게 도대체 어찌할 바를 몰랐다는 것이다. 그에게서 벗어난 지금에야 이렇게 얘기할 수 있지만 그당시에는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그녀들... 남자가 그것을 노리고서 일부러 폭력을 휘두르지는 않았겠지만, 그와 관계없이 그녀들은 그 상황이 정말 안좋은 상황이고 벗어나야할 상황인지 알면서도 그럴 수 없었다고 한다.
여기서, 나는 교훈을 얻었다고나 할까? 연애에 있어서 밀고 당기기의 극한 상황 중의 하나가 바로 이런 경우가 아닐까 싶었다. 보통, 연애할 때 진정한 고수라 불리는 사람들은, 관계에 있어서 천사와 악마 사이를 자유자재로 옮아가는 사람들이다. 그의 변화무쌍함에 두려워지기까지 하면서도, 좋을 때는 너무나도 천사같은 모습으로 바뀌는 통에 위에서 인질범들이 느끼듯이 그를 [두려워하면서도 감사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연애에 있어서 고수는 자신의 연인을 자신의 인질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폭력이라는 극단적 방법은 물론 정말 황당한 얘기다. 그런 일은 일어나선 안된다. 그러나 연애에 있어서 자신을 천사와 악마 그 어떤 것으로도 변형시킬 수 있는 사람은 그야말로 고수가 될 수 있다. 여성들이 정말 예쁜 사랑을 원하면서도 나쁜 남자에게 끌리지 않을 수 없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도 같다. 사랑이나 연애에 대한 글이나 기사를 읽다 보면 항상 등장하는 것이 나쁜 남자 이다. 영화 제목으로까지 나온 ... 물론 난 아직 그 영화를 보지는 못했지만... 데이트 폭력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이런 교훈을 얻는 것은 약간 내 자신이 황당할 정도긴 하다. ㅋ 하지만 얻는 것은 좋은 것 아닌가... 난 어차피 폭력을 쓰는 인간은 아니니까...
거기서 약간 한걸음 더 나간다면, 정말 남녀관계에서 내가 원하는 건 뭔가라는 질문이다. 요즘 한참 나를 고민스럽게 하는 것이 바로 [사랑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건... 담 기회에 써볼란다. 긴 글이 될 듯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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